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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이야기/12년 특례

자소서 쓰기가 쉬워진다, 기본 활동 + 전공에 맞춘 '맞춤형 활동'을 하자.

by 빠니미영 2019.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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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어떻게 써야 하나?

 

앞서 쓴 글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자소서 출제 질문을 살펴봤다.

어떤가? 감이 잡히는가?

 

자소서 내용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시기를 말하고 싶다.

잠깐 언급했지만 좋은 글은 절대 바로 쓰기가 어렵다.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는 기간을 갖자. 분명히 이 이상 더 잘 쓰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 다시 읽어보니 고칠 점이 분명하게 눈에 들어 오더라 하는 경험담은 많은 선배의 공통된 것이다. 물론 간혹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게 존재하니까. 하지만 본인의 귀한 시간을 어쩌다 생길까 말까 한 예외에 두고 모험을 하지는 말자.

원서를 쓰는 시기가 되면 성적이 잘 나오고 안 나오고를 떠나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이 상황에서 좋은 글, 감동시키는 글이 나오기란 참 어렵다. 물론 글 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간혹 마감 직전, 바로 몇 시간 전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글이 쓰인다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다. 초 중 고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갈고닦은 본인의 모습을 제한된 조건 (글자 수, 원서 제출하는 시기 등) 속에서 최대한 잘 보여줘야 한다.

가끔 자소서 방향을 잡아주는 컨설팅을 받았다, 심지어 대리로 작성해 주는 곳을 통해 작성하고 대학에 합격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컨설팅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리로 작성한 자소서를 제출하고도 합격한 학생이 있다면 제발 부탁이다. 그냥 조용히 있자. 부끄러운 일이다. 무슨 무용담도 아니고 여기저기 떠벌리며 심지어 이 학원은 얼마인데 저 학원은 얼마이고 여기서는 몇 번 만에 이런 글이 나왔고 저 학원에서는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 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은 긴 인생에서 지나가도 되고 지나가지 않아도 되는 그냥 하나의 문일 뿐이다. 하지만 이왕 지나가기로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준비해서 정정당당하게 지나가자. 이런저런 상황에 타협하고 양보해야 하는 순간은 가급적 갖지 않는 게 좋고, 꼭 가져야 한다면 최대한 그 시기를 미루는 것이 좋다는 게 본인 생각이다. 비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무엇이든지.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자소서를 어떻게 써야 하나?

일단 '꺼리', '밑밥'이 있어야 한다.

하다 못해 라면을 끓이려고 해도 라면, 끓는 물은 기본으로 있어야 하지 않나. 파, 계란, 김 등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재료다. 일단 주재료 점검부터 하자. 이 주재료를 점검함에 있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맞다. 본인이 만들려고 하는 음식이 한식인지 중식인지 일식인지 베트남식인지 멕시코식인지 등, 너무 세분화된 거 같아서 잘 모르겠다면 하다 못해 아시아 음식인지 남미 음식인지 아프리카 음식 인지 정도는 구별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음식 특성에 맞는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본인은 퓨전 음식을 좋아한다고? 앞선 글에서 이미 이야기했다. 요리사는 자신의 요리로 승부를 봐야 한다. 아무리 이것저것 섞어서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았으면 뭘 하나.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다면. 항상 기억하자. 본인은 요리사다. 우아하게 차려 입고 입맛을 다시며 테이블 앞에 앉는 것은 일단 현재 우리 몫은 아니다. 언젠간 반드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음식의 주제에 맞게 재료를 선택했으면 이젠 어떻게 재료 손질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생선이나 고기도 구이용 찜용 조림용 등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재료 손질을 해야 하듯 본인이 크게 문과 이과를 정하고 세부 전공까지 결정했다면 이젠 그에 맞는 활동을 골라야 한다. 이야기가 빙 둘러서 왔는데 이런 이유로 전공이 미리 정해지면 자소서 쓰기가 쉽다고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전까지 최소한 이과 문과 정도는 정해져야 나머지 기간 동안 무엇인가를 만들고 채워 넣을 수가 있다. 간혹 이과 문과가 반반씩 섞인 학생이 있다. 본인의 아이가 그랬다. 성향도 성적도 딱 반반씩 섞여 있었고 하고 싶은 전공도 이과와 문과를 넘나들었다. 한때는 UN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했다가 갑자기 의대를 가고 싶다고 하더니 언론인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은 최종 목표를 마케팅으로 잡고 우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탓에 이것저것 한 것도 많았다. 덕분에 너무나도 바빴던 학창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 안에서 아이가 만족하며 행복해했다. 현재 대학 생활도 활발한 동아리 활동을 비롯하여, '카더라' 통신의 단골 주제인 12년 특례생으로 학교에 들어갔으면서도 소위 말하는 '왕따', '은따' 가 뭐예요? 하면서 친구와도 멋진 시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혹시 궁금해 할거 같아서 굳이 밝히자면 학점도 객관적 기준으로 나쁘지 않다.) 물론 중간중간 어려움은 있었고 현재도 있다. 하지만 크게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자, 다시 돌아가서 재료가 많으니 만들 수 있는 음식 종류가 제법 되는데 이미 만들고 싶은 음식이 있다. 그럼 나머지 재료는? 몽땅 다 버리나? 아니다. 12년 특례 대상자는 한국에 있는 입시생에 비해 그래도 중학교 때까지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적어도 이런저런 학원가 순례에서 빠지는 시간만 해도 엄청나다. 덕분에 대부분의 학생은 적지 않은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걸 고스란히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나. 어떻게든 써먹어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 보다 못한 법이니 적당히 가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 입학을 위한 자소서에는 최근 3년, 즉 고등학교 생활에서 배우고 느끼고 성취한 그 무엇인가를 쓰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은 3년의 기한에 했던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고등학교 시기에도 분명 무엇인가는 상당히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봉사 활동을 예로 들어 보자. 이과든 문과든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 속은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나만 알고 공부만 무작정 판 학생보다는 주위도 돌아보고 옆사람도 챙길 줄 아는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학생을 원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봉사 활동은 자소서의 단골 소재가 된다. 그럼 이제 본인이 입학 사정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고등학교 기간 3년 봉사한 학생과 초 중 고 12년 동안 꾸준히 양로원이든 고아원이든 어디든 찾아가서 청소도 하고 재롱잔치(?)를 한 학생이 있다. 누구에게 시선이 더 많이 가겠는가? 이런 의미로 특히 국제학교에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단기간에 많은 금액을 자비로 들여 아프리카 등지로 다녀오는 봉사활동은 다시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티가 나도 너무 난다는 말이다. 하나 더 예를 들자. 자소서에 쓸 수 있는 제법 괜찮은 소재 중 하나인 학생 회장. 리더십도 보여 줄 수 있고 봉사 정신도 보여 줄 수 있다. 그런데 학생 회장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일단 학생회 일원으로 일정 기간 활동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주위 사람에게 인정도 받아야 하고 본인 스스로도 학생회 전반에 대해 배워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회장이 되었을 때 제대로 된 역할을 감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는가. 처음부터 주장이 되기는 정말 어렵다. 이군 멤버부터 일군 멤버까지 차근히 올라가고 거기서 실력을 보여줘야 비로소 '완장' 차는 게 가능해진다. 여기서 말한 모든 것이 고등학교 3년 안에 해결을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일단 마지막 학년 때는 사실 무엇인가를 할 여력이 없다. 시험 치르고 원서 쓰고 하는 데에만 집중해도 하루 해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럼 마지막 학년을 빼고 남는 시간 동안 이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설사 가능하더라도 깊이의 차이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은 입학 사정관이라면 누구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소서에는 고등학교 과정만 작성하라고 되어 있지만 그것을 쓰기 위해서는 이런 밑밥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중학교 때부터는 말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해 올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 고등학교 시기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에 맞춰 그동안 경험한 것 중에서 뺄 건 빼고 붙일 건 덧붙이는 시간이다. 부모님의 역할은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판단으로 가지를 쳐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아니,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적어도 12년을 해외에서 보낸 학생이 손에 든 게 아무것도 없기는 정말 어렵다. 대부분 부모의 입장에서는 수긍하거나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주말도 모자라서 시간만 나면 아니, 없는 시간을 내서 클럽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거나 게임에 빠져서 하루 종일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도 모르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멋진 재료의 하나다. 놀아보면 알겠지만 노는 것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순발력도 필요하다. 심지어 집중력까지도 필요하다. 이것을 엮으면 된다. 재료가 신선하고 풍부하면 좋겠지만 진정한 요리사는 재료 탓, 연장 탓을 하지 않는 법이다. 

 

이제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12년 간 준비한 게 오죽 많겠는가. 하지만 꼭 기억하자. 엿가락이 아니다. 줄줄 길~게 나열하지 말자. 제일 피해야 하는 방법이다. 이것저것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요리가 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만 정량으로 넣었을 때 가장 맛있는 요리가 탄생한다. 

이 글의 제목을 '기본 활동 + 전공에 맞춘 맞춤 활동'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 활동은 예를 들면 위에서 말한 봉사나 운동 등이 될 수 있다. 이과 문과를 떠나서 이는 꽤 괜찮은 소재다. 이렇게 기본이 충족되었으면 이젠 전공에 맞춘 활동을 하자. 예를 들어 목표가 의대라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실험에 관한 내용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 내에서든 학교 이름을 걸고 나간 대외 활동에서든 어쨌든 생물이든 화학이든 관련된 활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수학에 관련된 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교내외 수학 경시 대회, 정 없으면 수학 클럽에서 활동한 시간이라도 있어야 한다. 공대 관련이라면 최소한 무엇인가 뚝딱뚝딱 거리며 설계하고 만든 기록은 확보하자. 수학 관련에서 활동한 내용도 좋다. 언론 관련 학과의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가. 교내 방송반, 신문 기자, MUN, Speech & Debate 활동을 통해 본인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거기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쓸 수 있다면, 입학 사정관에게 본인이 '준비한' 학생이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학생의 고민도 들어 봤다. 없으면 본인이 만들면 된다. 오히려 결과를 떠나서 이게 훨씬 효과 면에서 좋다.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남이 해 놓은 것을 따라가거나 그 안에서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없는 길을 만들고 가꾸는 일은 어렵다. 어렵기에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본인의 아이가 그랬다. 예전에 다니던 학교는 시스템이나 여러 면에서 상당히 정리가 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기에 그대로만 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IB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국가를 옮기게 되었고 당연히 학교도 옮겨야만 했다. 옮긴 학교는 전의 학교에 비해 준비된 무엇인가가 상당히 빈약했다. 처음엔 실망하고 좌절까지 하던 아이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기억하고선 직접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자소서에 담았다. 결과는 지원한 학교 세 곳의 무조건 입학 (unconditional) 으로 돌아왔다. 절대 자랑하고자 한 말이 아니다.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니 믿고 따라보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없는 클럽, 없는 행사면 직접 만들고 주최자가 되어 행사를 진행하면 된다. 일정 조건이 있을 것이다. 지도하는 선생님, 함께 하는 부원 기타 등등.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열심히 찾고 두드리자. 멋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완성했으면 보암직하게 담아 놓을 차례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향 제시는 할 수 있다. 누가? 자소서를 쓴 본인을 가장 잘 아는 주위 사람이. 최종 자소서를 쓰고 난 다음 본인을 잘 알고 있는 주위 사람에게 보여 보자. 학교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주변 어른이 될 수도 있고 바로 전 해에 대학에 진학한 선배가 될 수도 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단해 줄 사람을 찾자. 그리고 냉철한 평가를 받아 보자.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전 해에 대학 진학을 한 선배이다. 가급적 본인이 가고 싶은 대학, 같은 과 선배가 좋겠지만 혹시 찾기가 어렵다면 같은 계열이라도 찾아보자. 가장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세련된 표현보다는 다소 투박하고 거친 표현이라도 본인의 진심이 담긴 내용이 더 좋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이니까 낯설고 어색하고 어려운 것뿐이다. 절대 본인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도전하자. 분명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배움이 있을 것이다. 이 배움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한다면 재도전을 하든 다른 새로운 일을 찾든 분명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부쩍 성장해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간 전심을 다해 노력하고 있을 모두에게 화이팅을 전하며.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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