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다', 내 마음.

어느 누군가의 수고를 거쳐 내 앞에 다다른 이 아이. 예전에는 하나하나 재료 준비해서 속을 만들고 밀가루 반죽을 하여 피를 만든 다음 딸아이가 좋아하는 만두를 빚었다. 별 거 아닌 음식이 마음을 담음으로 별 거가 되는 과정.

한국에 오니 같은 인스턴트 만두인데 한국 마트에서 구입하던 그런 것이 아닌, 본인이 만든 것보다 더 보암직 먹음직한 아이가 많다. 피도 밀가루가 아닌 감자로 만들어서 투명하고 예쁜 속이 다 비치고 더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더욱 감탄한 것은 굳이 마트까지 나가지 않아도 몇 번의 클릭으로 문 앞에서 받을 수 있다는 점. 아마 적어도 한국에 있는 동안은 만두 빚을 일은 없을 듯싶다.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한 끼가 해결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 마음을 더해 만두 찌는 과정에 정성을 더했다. (그래도 터지는 건 터지더라. ^^;) 그리고 담음에도 차곡차곡 마음을 눌러 담았다. 요즘 중간고사로 날밤 새기를 예사로 하는 딸아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아직 조리 과정에 있는 동안에는 알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이 어떤 그릇에 담겨 누구 앞에 놓이게 될지.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끝날 떄까진 끝난게 아니고 그 끝을 정할 자격은 부모도 주위 그 누구도 아닌 아이 자신에게만 있다. 엄밀히 말해 타인인 우리는 그저 바라보고 지켜보며 응원을 할 수 있을뿐.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게 적정한 선을 지키는건 계영배를 떠올리게 한다. 과함, 지나침을 경계하기 위해 7할까지는 술이 넘치지 않지만 그 이상을 붓게 되면 아래로 술이 새어 버리는 계영배. 삶에서 항상 기억하고 삼가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지. 달랑 인스턴트 만두 하나 담고 무슨 말이냐고 묻는 분도 있을게다. 시험에 마음이 바쁜 아이에게 소화에 부담이 되거나 먹기에 번거로운 음식은 이 시기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거 같아 손가락 음식을 준비했다. (그렇다고 꼭 손가락으로 먹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인 만두. 요즘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엄마가 직접 만들면 분명 부담을 느꼈을 딸아이 심성을 고려하여 인스턴트로 가볍게 준비하고 대신 엄마의 마음을 예쁜 담음으로 표현했다. 나름 적정선을 지킨거. ^^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모두 '담음'에 관한 내용이 아닐까. 이왕이면 단아하고 소담스럽게 그러면서 은근히 떠올리게 되는 무엇 하나를 더해 나만의 담음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글을 쓰는 내내 정승환 씨의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를 무한 반복하며 듣고 있다. 연인에게 속삭이는 이 노랫말이 남편에게, 딸아이에게 향한다.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담음을 준비하는 본인이 되길 바라며.

 

 

 

이상 미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