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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끄적끄적 중얼중얼

담담한 마음

by 빠니미영 201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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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담담해지면
욕심과 탐욕도 멀어집니다.

마음이 담담해지면
분노와 욕망도 멀어집니다.

정신이 담담해지면
어리석음도 멀어집니다.

가슴이 담담해지면
사랑도 미움도 멀어집니다.

담담해진 마음 한 구석에는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면
마음이 밝아옵니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 미움 모두가
불꽃 속에 한 줌의 재로 변합니다.

김천중 시선집 나눔의 향기 中 담담한 마음


이삿짐을 싸고 있다. 도어 투 도어의 포장 이사인데 어쩌다 보니 날짜가 촉박해져 박스를 먼저 가져다 달라고 해서 주섬주섬 이러고 있다. 3년 6개월을 살다 떠난다. 처음에 올 땐 막막한 심정이었는데 막상 짐을 싸면서 가만히 돌이켜보니 나름 참 잘 살았구나 싶다. 떠남을 아쉬워해 주는 지인도 있고 다시 만날 시간을 기약하는 지인도 있으니. 무엇보다 이 땅은 본인에게 쉼과 회복의 시간을 가져다준 고마운 곳이다. 하루 24시간을 원 없이 맘껏 사용하며 살았던 곳. 많이 비워낼 수 있어서 다시 채울 수 있었던 곳이다. 어쩌면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24시간을 자신이 관리하지 못하면 당최 누가 하나 하고. 그랬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오기까지 본인의 시간은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5분 대기조까지는 아니었지만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였고 이렇게 해도 잘하면 본전, 못하면 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 생각한다. 물론 아픔 속에 성숙한다고 배움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좀 더 다른 방법으로 배울 수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늘 잊지 말자를 되뇌고 있다. 꼰대 기질이 충분한 본인임을 잘 알기에, 특히나 시집살이는 시집살이를 경험한 시어머니가 시킨다고 하지 않나. 이미 모두 풀렸다고 생각하는 가슴속 응어리가 언제 어디서 불쑥 나와 또 다른 '을'을 만들지 알 수 없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를 항상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남들은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직업. 하지만 그 한 편에는 부모 형제 친구를 떠나 정기적으로 이렇게 떠돌아야 하는 나름의 고충도 있다. 뭐든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기 마련이니 그것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렇다는 것뿐.
그나마 감사하고 다행인 것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 거 같다. 피를 나눈 가족이야 말할 것도 없는 거고 많지는 않지만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시기마다 인연을 맺어 친구라 호칭하는 지인은 어디에 있던지 항상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으니. 여기엔 빛의 속도로 세계 곳곳과 연결되는 인터넷의 역할이 매우 크다. 이 역시 동전의 앞면과 뒷면. 구석구석 연결하는 인터넷 덕분에 어디에 있던 실시간으로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그나저나 인터넷이 있어도 데스크탑만 있고 노트북이 없는 본인, 조만간 이삿짐에 데스크탑을 넣어서 다 보내고 나면 장장 두 달여 정도는 컴퓨터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물론 아이의 노트북이나 PC 방 등 굳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야 있겠지만 당분간 내공을 다지는데 주력하는 걸로. 더 좋은 글, 깊은 글, 알찬 정보를 담은 글을 쓰기 위해서다. 이러다가 슬그머니 아이의 노트북을 넘보거나 조그마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을 수도 있다. 삶은 항상 계획대로만 되는 건 아니니까.
짐을 싸다 잠시 쉬며 지나온 3년 6개월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감상에 젖는다. 마침 밖엔 비까지 내리고. 나이 듦이 아직까지는 참 좋다. 무엇보다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담담함이 생겼다. 예전엔 담담함과 무딤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예민하고 날카롭게 살피지 못해 반응이 시원찮거나 없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짧고도 나름 긴 시간을 살다 보니 담담함과 무딤의 차이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거, 본인이 깨달은 담담함이다. 스스로를 믿고 잠잠히 기다리는 거다. 상대방을 믿고 잠잠히 기다리며 인내하는 거다.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고요히 살피다 보면 불순물은 알아서 가라앉고 맑은 물만 남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연결해서 이어가면 되는 거다. 이 단순한 것을 본인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행함으로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이제라도 알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앎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좀 더 깊게, 넓게, 여유롭게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알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너새니얼 호손 (Nathaniel Hawthorne) 이 쓴 큰 바위 얼굴의 표정을 본인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지녀 본다.
초스피드를 자랑하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으로 돌아간다. 모든 시간이 좀 더 빠르게 돌아갈 거라 예상한다. 주위 많은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고. 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기억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되뇌고 있다. 모든 것에는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정을 뛰어넘고 생략하다 보면 가까운 시일에 대참사를 맞이할 수밖에 없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빠른 게 항상 옳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한다. 뭐든 정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선을 지키자.

먼저 박스부터 만들기 시작. 한쪽에 만든 박스를 차곡히 쌓아 놓고 각 층 적당한 곳에 가져다 놓고 짐 넣기 시작. 일단 책부터. 시작이 반이 아니라 책만 다 넣고 나면 정말 반 이상이 끝나는 우리집 짐. 그나저나 한국 집에 이 책을 어찌 다 넣어야 할지. 책을 넣어서 쭉 깔아놓은 박스를 보며 순간 저 위에 이불을 깔고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주변에선 걱정을 많이 하는데 오히려 본인은 나름 차분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이만하면 꽤 전문가의 향기가 나지 않나?!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이사짐 회사에서 작은 박스를 더 가져다 주었다. 작다고 해도 책을 넣고 나니 무게가 상당한데 어떻게 들지 걱정이 된다. 아무리 골격 자체가 다른 이들이지만 그래도 무거운건 무거운건데.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어서 살짝 망설였지만 현재까지는 아주 유명한 블로거도 아니고 설사 유명 불로거라 해도 이런 생각 정도는 나눌 수도 있지 않나 싶어서 끄적끄적한 날것 그대로의 마음을 그대로 내비친다. 우연찮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어쨌든 짐 싸다 말고 중얼중얼거린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자. 사람이든 시간이든 모든 것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열찬 시간으로 꽉꽉 채우는 우리 모두의 삶이길 소망한다.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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