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 한 끼 같이 먹으며 마음을 나누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거 같다. 물론 본인이 겪은 외국인은 업무로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만나는 경우에는 먼저 마음이 통해야 식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특히나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하는 경우에는 정말 마음을 나누지 않은 관계는 초대를 하지도 받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도 요즘엔 서로 집에는 되도록 초대하지 않고 밖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일상이라고 들었다. 그래야만 서로가 부담되지 않는다고.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든다. 준비하는 데에 많은 수고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마음을 나누는 것은 어디에도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지킬 건 지키고 남길 건 남겼으면 하는 바람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은 이곳에 온 지 약 1년 정도가 지났을 때 외국인 가족을 본인 집으로 초대한 사진이다. 햇살 좋은 토요일 점심,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던 가족을 초대해서 한국 음식과 문화, 사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퓨전으로 준비를 하려 했는데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각종 나물이며 김치까지 준비했다. 나물이야 그렇다 쳐도 총각김치에 푹 익은 갓김치까지 맛있다며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던 그들을 보며 다른 문화를 접함에 있어 열린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솔직히 본인은 아직 문화적 적응에 있어서는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아프리카 리셉션 같은 곳에 참석하려면 가기도 전에 벌써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다른 이유가 아닌 낯선 음식 때문이다. 약한 비위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어쨌든 성숙하지 못한 태도이다. 고쳐야 하는 걸 알면서도 이제껏 고치지 못하고 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참 멀다.
탕수육, 잡채, 닭날개 오븐구이, 야채전, 버섯나물, 호박 나물, 무 숙채, 고사리나물, 총각김치, 갓김치, 도토리묵 샐러드, 소꼬리 찜, 김밥, 다시마 말이, 모둠 샐러드, 골뱅이 무침, 불고기로 차린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나라에 대해 알아가던 시간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좋았던 추억이다.
지난 시간을 되새김하면서 굳이 사진까지 올리는 이유는 일단 블로그를 최근에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외에 살면서 의외로 외국 친구를 사귀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한국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학교 친구, 학교 친구의 엄마. 모두가 생김새만 다를 뿐 같은 사람인데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집으로 초대를 해도 어떤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듣고. 그런 사람에게 본인의 경험을 나누면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 일단 발걸음부터 떼어 보자.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한국어를 단 한 마디도 못하는데! 의사소통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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