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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이야기/해외에서 하는 자녀 한국어, 외국어 교육

한국어, 영어 (거주국 언어) 학습법

by 빠니미영 201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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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먼저? 영어 (거주국 언어) 먼저? 

 

해외에서 자라는 아이는 본인의 선택보다는 대부분 부모의 결정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이미 해외에 정착하여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은 경우, 부모가 이민을 결정하거나 일정 기간 주재원 등으로 해외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 반드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언어'에 관한 부분이다. 그게 한국어든, 영어든, 거주하고 있는 곳의 언어든 상관없이 아이가 언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지수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꽤 높다.

보통 우리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영어권 국가에 가면 저절로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착각을 한다. 프랑스에 가면 우아한 프랑스어가 저절로 입에서 나오고 독일에 가면 시원한 발음의 독일어를 줄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특히 어른인 '나'는 어렵지만 아직 유연한 두뇌와 말랑말랑한 입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금방 쏼라쏼라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곤 한다. 과연 맞을까? 아니 틀렸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입술에서 나오는 '말'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몸짓,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하나로 합쳐진 경우 비로서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연령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재능에 따라 언어를 습득하는 방법과 기간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는 많은 경우와 상황 중에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거주하게 된 아이에게 한국어와 영어 (거주국 언어) 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방법의 대상은 유 소아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 정도까지이다. 고등학생을 위한 영어나 거주국 언어 학습법은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미국이나 중국, 일부 동남아 국가 같이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한국어나 영어, 거주국의 언어를 습득하는데 도움을 받을 만한 교육 기간이 제법 많다. (처음부터 교육기관이 많았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에 시간과 경험이 쌓여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유럽이라고 하는 대륙 안에 있는 나라가 제법 많다. 당연히 사용하는 언어도 다양하다. 사용하는 언어가 많다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노력 여하에 따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다중언어 구사자가 될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 국적 불명의 발음과 정확하지 않은 문법 등으로 애매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국제어로 사용되고 있는 영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다양하고 예전과는 다르게 간단한 회화, 일상 생활을 하는 정도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은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

당장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고 성적을 받아야 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 이런 경우 당연히 한국어는 일단 접고 당면한 현실부터 어떻게든 해결하려 하는 게 일반적이다. 동감한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보면 외국어 이전에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 모국어 - 한국어이다. 아이가 어릴 경우 잘 만 한다면 영어나 거주국의 언어가 한국어와 함께 모국어가 될 수 있기도 하다. 어떻게? 사실 대단한 게 아니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뤘고 이를 통해 적지 않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바로 책을 통한 학습.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가 확실하다! 

그럼 어떻게? 무작정 읽고 쓰고 요즘 유행하는 그룹 논술 토론 같은걸 하면 되나? 맞다. 일단 많이 읽고 쓰고 말하면 분명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사용해서 가장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참고로 이는 오랜 시간동안 본인의 아이를 비롯하여 많은 학생들에게 사용했던 방법으로, 기대 이상의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의 책, 조금씩 난이도를 다르게 하여 한국어와 다른 언어로 번갈아 가면서 읽은 후 글 쓰고 이야기 나누기

 

본인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시 했던 부분이다. 말 그대로 내용은 같은데 언어를 다르게 해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 가며 읽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죄와 벌'을 한국어로 된 쉬운 아이들 책으로 읽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난이도를 좀 더 높여 영어든 거주국 언어로 된 '죄와 벌'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엔 '죄와 벌' 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을 읽고, 마지막으로 원전 또는 원전에 가까운 영어 또는 거주국 언어로 되어 있는 '죄와 벌'을 읽으면 된다. 상황에 따라 중간 또는 마지막 한 과정을 생략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혼자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부모님이나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함께 읽고 (물론 같은 장소에서 함께 읽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이가 쓴 글을 확인하며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생각과 어른의 생각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 혹시 서 너 명의 아이들을 그룹으로 만들어서 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쓴 글을 돌려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더욱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상 일 대 일로 하는 경우보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생기 있고 통통 튀는 재미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 읽는 책의 언어를 한국어로 할지 다른 언어로 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편안해 하는 언어로 시작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아이의 나이나 수준에 따라 언어를 바꿔 가며 난이도를 높여 같은 내용의 책을 최소 3, 4번 이상 읽는 것이다. 그리고 매번 해당 언어로 일정한 양식의 글을 쓴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논리 정연한 말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책을 난이도와 언어를 바꿔가며 여러 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력도 높아지고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매번 다른 언어로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한데, 처음엔 짤막하게 쓰던 글이 여러 번 읽음으로 인해 이해력이 높아지면서 내용면에서는 좀 더 깊이가 있고 논리적인 글, 표현적인 면에서는 더욱 세련되고 세심한 글로 바뀌게 된다.  

문학과 비문학 중 어떤 분야로 시작하는게 좋냐는 질문도 많이 하는데 경험상 문학 - 소설 부분으로 시작한 경우가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영어로 된 것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서 중간 난이도의 영어책과 마지막 난이도의 영어책이 없다. 한국어로 된 것은 이 두 권만 읽었다.  

 

비슷한 분야의 책, 묶어서 읽기

 

예를 들어 모험이나 여행, 새로운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걸리버 여행기', '80일간의 세계 일주', '지구 속 여행', '열하일기'를 나이나 수준에 따라 난이도를 다르게 하여 함께 읽는 것이다. 처음엔 가까운 집 주변에서 시작된 모험이 좀 더 넓은 세상으로의 여행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레 책을 읽는 아이의 시야도 점점 더 넓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사용하는 어휘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한국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가지고 있는 책을 서로 빌려 주고 받으며 돌려 읽는데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분실되는 책이 제법 된다. 걸리버 여행기 역시 그런 책 중 하나. 

 

이어서 읽기

 

내용이 연결되는 책이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오딧세이와 일리아드, 아이네이스로 연결이 된다. 이렇게 연결이 되는 책들을 함께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용을 다지는 효과가 생긴다. 굳이 비슷한 난이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좀 쉬운 책으로 시작한 다음 그다음이나 다다음 단계에서 난이도를 비슷하게 맞추면 어휘는 기본이고 생각의 깊이까지 더해지는 상승효과를 얻게 된다.

 

 

유럽에 살면서 미술관에 갈 기회가 많았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은 성경과 신화를 내용으로 한 작품이 반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신화에 노출이 되었고 쉬운 책부터 시작한 신화 읽기는 이렇게 난이도가 있는 책까지 이어졌다. 한국어 영어 모두 저 정도의 난이도로 읽었다.   

 

 

비슷한 난이도의 같은 책, 여러 가지 시선에서 읽기

 

이 경우 출판사, 번역가 등이 달라지는데 같은 내용이지만 역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므로 읽는 아이 역시 다양한 시각으로 내용을 파악하게 된다.

 

같은 내용이지만 난이도도 살짝 다르고 역자도 다르다. 중국어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논어를 단계별로 읽으면서 함께 참고 했던 책들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기

 

이는 나이가 조금 있거나 책을 이해하는 정도가 좀 수준이 있는 아이에게 사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물론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쉬운 책도 있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는 책을 선택하는게 좋기 때문이다. 본인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주로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유럽에 살다 보니 학교에서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종류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보다는 한국어 교육에 많은 열정을 쏟아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중학교때부터 읽은 책이다. 더 어렸을 적엔 간단한 세익스피어 작품을 접하다가 단계별로 올린 이후 한국어로 이 책까지 읽고 영어로 된 원전을 읽었다. 원전은 한국어로 치면 국어 2에 해당하는 고문인데 IB과정에서 영어를 제1국어로 선택하고 높은 레벨 (HL)을 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학습 해야 하는 과정이다. 현재의 영어와 상이한 영어를 공부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런 준비 과정이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방법으로 책을 읽은 다음 마지막으로 작가가 글을 쓸 당시 시대적 상황 -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찾아 보고 이를 같은 시기 다른 대륙, 예를 들면 서양의 상황과 동양의 상황을 비교 분석 대조를 하며 최종 정리를 하면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력도 많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만이라도 성실하게 꾸준히 한다면 효과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종종 '우리 아이는 책을 너무 싫어해요'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땐 아이의 관심사를 찾아 보라고 조언한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분명히 한 가지씩은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거기서 출발을 해서 조금씩 관심 영역을 넓히고 다양하게 만들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른이 아닌 꼭 아이의 관심 분야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어른도 일정 시간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모범을 보이라는 뜻이다. 어른이 늘 핸드폰이나 TV를 끼고 있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강요한다면 아이는 당연히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 가지 더, 적어도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 부분까지는 부모가 함께 할 수 있지만 그 다음 단계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아이를 도와주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 보야야 한다.

한국어와 다른 언어 교육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을 통하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책을 몇 권 읽었나 보다는 어떻게 읽었나가 중요하고 읽은 다음 어떻게 했나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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