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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이야기/해외에서 하는 자녀 한국어, 외국어 교육

한글학교에 보내자

by 빠니미영 2019.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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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초등학교 과정까지만이라도 꼭 한글학교에 보내자.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까지 개설이 되어 있는 학교라면 여건이 되는 한 보내라고 추천한다. 

 

해외에 있는 한글학교는 보통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오전 3, 4시간 동안 국어와 수학을 수업하고 학교 사정에 따라 한국사, 사회, 과학 과목을 추가로 가르치기도 한다. 

교재는 한국 교과서를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원 받아 사용하기도 하고 가르치는 선생님이 재량대로 준비한 것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은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많으며, 한국에서 교직에 있다 주재원으로 발령 받은 남편을 따라 잠깐 해외에 나온 김에 봉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간혹 교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아이를 키우면서 생긴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우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한글학교는 보내는 게 좋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학교 행사가 금요일에 많이 행해진다. 꼭 학교 행사가 아니어도 친구집에 가서 자는 슬립 오버나 기타 다른 모임도 종종 금요일에 하는 편이다. 토요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5일 내내 직장과 학교 생활로 바삐 지낸 가족은 토요일 만이라도 늦잠도 자고 뭉그적거리며 좀 편안하게 보내고 싶어 한다. 당연하다.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쉴 땐 쉬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근처에라도 다녀 올 참이면 아이를 놓고 갈 수도 데리고 갈 수도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굳이 한글학교에 보내라고 하는 이유는 한글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집에서 사용하는 '일상적인 한국어'가 아닌 다른 한국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학년이면 몸으로 뛰어놀면서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고학년이면 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제법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한글학교이기 때문이다.

엄마 중에 내 아이의 수준과 한글학교의 수준이 달라서 고민하는 사람도 제법 있는데 (수준이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모두 나름의 고충이 있다.) 제 나이 제 학년에 들어가면 가장 좋겠지만 1, 2년 정도는 올리고 내리고 하여도 그닥 큰 문제는 없다. 어차피 놀 땐 다 같이 모여서 노니까.

 

본인의 아이도 중학교 과정까지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았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정체성 확립을 할 수 있었다. 태어나기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해외에서 성장한 덕분에 어렸을 적엔 본인이 바나나인지 사과인지 헷갈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를 한글학교에서 놀면서 자연스레 해결했다. 그리고 한글학교를 통해 이루어진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때 장래 희망으로 언론인을 꿈꾸던 시기가 있었는데 한창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 글을 쓰고 상을 받았던 경험이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다니고 있던 국제학교에서 종종 글을 써서 상을 받고 심지어 학교 기자로 기사를 써서 훌륭한 글이라는 평을 받아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더니, 한국 사람에게 한국어로 쓴 글을 좋게 평가받고 나서부터 나름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한글학교에서 '통일'이라는 주제로 백일장을 했는데 거기서 대상을 받은 글이다.

분명 어색한 부분도 많지만 해외에서 자란 아이의 글 치고는 제법 완성도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한글학교 중학교 과정 1학년 시기에 있었던 백일장에 나가서 대상을 받은 글이다. 당시 주제는 '통일'이었는데 시를 적고 나무와 산, 강과 바다는 남과 북의 구분없이 똑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그래픽화 하여 그림으로 표현했다.   

 

 

한글학교에서는 교과목 수업만 하는게 아니다. 유럽 한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글짓기 대회, 웅변대회, 도전 골든벨 등 여러 기관에서 행하는 많은 행사가 한글학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개인 자격으로도 참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의 지도 하에 친구와 함께 준비를 하는 학생과 혼자 준비하는 학생이 느끼고 배우는 내용이 같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래 사진은 본인의 아이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제1회 유럽한인청소년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과 한글학교를 통해 나간 도전 골든벨 내용이다. 다른 이에게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본인의 아이에게는 사춘기라는 성장통을 겪으며 예민하던 시기에 한 박자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이 된 고마운 경험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 유럽에 있는 모든 한글학교를 대상으로 한 제1회 유럽한인청소년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외 청소년 통일 골든벨 대회에 나가서도 여러 상을 받았다. 

 

상을 받으러 헝가리에 초청 받아 가면서 아이랑 많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오가는 내내 기차 안에서 다니고 있던 국제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에세이를 쓰면서도 아이는 행복해했다. 

 

제1회 유럽한인청소년 글짓기 대회에서 쓴 글의 내용이다. '자랑스러운 한국,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한글학교에 다니는게 장점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앞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양보하거나 타협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당사자인 아이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많은 일을 결정함에 있어 아이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그대로 따르려 하는 본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보다는 득이 많기에 가급적이면 한글학교에 보내라고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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