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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드라마를 통해 보는 세상

청춘기록, 부모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

by 빠니미영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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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에 빠져있다. 빠져 있다고 해서 주구장창 넷플릭스만 끼고 산다는 의미는 아니고 예전과는 달리 밀린 영화도 한 편씩 챙겨보고 TV에서 종방 했거나 방영 중인 드라마도 한 편씩 보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 미드 슈츠 (SUITS) 에 대한 포스팅을 했다. 슈츠가 개인과 사회의 제도, 관습, 인습, 국가의 역할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한 드라마였다면 오늘 얘기하려는 드라마는 부모의 역할에 관한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본인 개인의 생각이니 이 글을 읽는 분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모든 상황은 어디에 중심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처음에는 26살, 싱그러운 청춘의 꿈과 희망, 도전과 좌절, 새콤달콤 쌉스레한 사랑과 무색 무취 무형의 담백한 우정 등 그 여러 빛에 대한 드라마로 생각했다. 약간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하는 호기심으로 들여다본 드라마였다. 드라마라는 게 허구이긴 하지만 그 기반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그려내는 것이니까. 물론 이 시선은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본인이 걸어왔던 20대 와는 또 다른 다양한 색과 향과 맛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 안에서 보이는 부모의 역할이 더 가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요즘 스타가 되어 한창 잘 나가는 사혜준의 엄마 한애숙, 잘 나가는 거 같았는데 살짝 주춤거리고 있는 원해효의 엄마 김이영, 이 두 엄마. 그리고 사혜준의 할아버지 사영남과 아버지 사민기. 여기서는 두 아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선 인물의 관계부터 한 번 보자.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는 않을테니 대략적인 관계는 파악하는게 이해에 도움이 될 듯 하여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연인 관계보다는 가족 관계, 아빠 엄마에 중점을 두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가장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적당히 가부장적이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 너무나 다른 모습의 두 아들. 아버지 사민기가 들고 있는 계란 한 판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가족 모두 맛난 저녁꺼리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인가 보다. 남자들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와는 달리 둘째 아들의 팔짱을 끼고 해맑은 웃음을 짓는 애숙의 모습에서 편안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함께 사는 이 모습 또한 본인이 무척이나 바라는 모습이다.  

 

우선 엄마. 혜준의 엄마 애숙은 아이에게 정직한 엄마이고자 노력한다. 상황을 가급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해결 방법을 생각하고 행동하려 한다. 자신의 삶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자식에게 세세한 돌봄을 할 수 없다. 대신 굳건한 믿음과 신뢰로 두 아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인물이다. 아들 혜준의 친구인 해효의 집에 도우미로 일을 하러 가게 된 순간에도 대충 덮으려 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고 정확한 상황 설명과 이해와 동의를 구할 정도로 나름 심지가 굳은 인물이다.

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무조건 '해라' '따르라' 가 아닌 설명과 이해와 공감을 구했던 애숙. 아들이 어려운 시절이나 잘 나가는 시절이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 준다. 애숙은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지 못했고 공부 역시 하고 싶은만큼 충분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혜준을 대하는 애숙의 모습을 보며 엄마의 역할은 SKY 대학 출신만 잘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게 한다.

 

그림 같은 가족이다. 능력있는 아빠, 젊고 역시 자식 일이라면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되어 엄마, 아빠의 큰 그림대로 로스쿨에 진학한 딸. 근데 아들이 좀...... 뒷바라지도 열심히 했고 아들의 능력 또한 빠지지 않는데 왜 뜻대로 되질 않지? 아직 본격적으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딸의 연애도 맘에 안 든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데 어째 이겨 먹고 싶어 하는 엄마의 행보가 눈에 선하게 그려지니...... 개인적으로 딸의 계산하지 않는 연애와 점점 자신을 찾아가는 아들을 응원한다. 애들아, 부지런히 자라렴. 그 안에서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 있다면 아프게 겪으면서 기꺼이 감당하자구나. 너희의 그 젊음을 응원한다!

 

해효의 엄마 이영은 요즘 말로는 헬리콥터형 엄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해효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하며 만들어 나간다. 이영 자신 역시 부모로부터 그런 양육을 받고 성장했다. 자신이 이만큼 잘 성장하여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으니 자신의 아이들 역시 자신이 자라 온 방식대로 키우면 아무런 문제 없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이어받아 고급진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집안, 부모 밑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부모 뜻대로 살아온 이영. 그녀라고 꿈이 없었을까. 하지만 부모와 적당히 타협하고 지면서 결국 여기까지 왔다. 남들이 보기에 성공한 인생이다. 자신도 별 불만없다. 아니 만족스런 인생이다. 내 아들 딸도 이렇게 살 수 있게 내 모든 힘과 능력을 발휘해서 뒷바라지 하고 있다. 근데 이거 뭐지? 왜 자꾸 엉뚱한 방향에서 생각치도 못한 복병이 튀어 나오는거지? 뭐가 문제인거야? 아들, 그러지 마. 너가 엄마를 안 알아주면 누가 알아주는데! 넌 내 꿈이고 희망이고 자부심이야. 너가 잘 못 되면 내 그동안의 시간이 잘 못 되는거라구. 나를 부정하게 하지마.  그럼 내 삶이 너무 허망해지잖니. 참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 왔을 이영이가 상상이 된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모든게 거저 얻어진 것은 없다. 깔아 준 멍석 위에서 놀긴 했지만 그렇게 놀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이영이의 성장통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다음은 아빠. 혜준의 할아버지 사영남. 자세히는 나오지 않지만 젊은 시절 가족을 등한시하고 본인이 하고 싶었던 시간을 살았던 인물로 그려진다. 물론 자신의 가족을 완전히 내팽개친 것은 아니다. 그가 했던 일 대부분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었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가족의 행복이었다는 것이 중간중간 비춰진다. 하지만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빠는 무능했고 무책임했으며 무대책인 사람이었다. 아들인 사민기가 아빠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기 그지없다면 아빠인 사영남은 어떨까.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이 서운하고 섭섭하다. 하는 일마다 뜻대로 안 되어서 너무 힘들고 속상하지만 노년에 들어 손자의 응원과 도움으로 새로운 세상에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드디어 자식에게 그동안 못 해준 많은 것들을 해 줄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이제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열망이 공존한다.

아들, 내가 왜 돈을 벌고 싶었는데. 너 다 주고 싶어서였어. 그동안 못 해 준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 해 주고 싶었어. 부모의 마음 아닐까 싶다. 요즘 종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기막힌 부모도 있지만 대다수의 부모는 자식에거 모든 것을 다 해 주고 싶어한다. 가시고기처럼 제 살을 내어주고 싶어 한다. 본인의 부모가 그러했고 본인 역시 딸에게 이런 마음이다. 근데...부모의 맘을 다 헤아리는 자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욕양이친부대 (自慾養而親不待),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돌아 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표현해 보자.

 

아들 민기에 대한 아버지 영남이 이렇다면 혜준의 입장에서 본 아버지 영남은 어떨까. 어렸을 적부터 형과 계속 비교를 당해오고 형을 편애하는 아빠에 대한 원망이 있다. 공부 잘하는 형은 무조건 예뻐하면서 공부보다는 다른 것을 꿈꾸는 자신은 늘 못마땅해 하고 구박하고 무시하고 폄하했다. 아빠로부터 받은 상처를 할아버지 영남에게로부터 치유받았다. 이런 아들의 마음을 민기도 느낀다. 그동안 무시하고 허황된 꿈만 좇는 한심한 녀석으로 생각했던 아들이 드디어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사실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세상에 던져졌기에 그 안에서 성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의 방법을 깨우치고 찾은 결과를 아들에게 요구했을 뿐이다. 큰아들은 다행히 자신의 뜻을 잘 따라줬다. 공부 잘하고 성실하며 엇나가지 않은 바람직한 아들로 잘 성장해 줬다.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라는 시대에 그 어렵다는 은행에 떡 하니 취직까지 했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구석이 없다. 반면 둘째 아들인 혜준은 생각만 해도 속이 터진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 하루 세 끼 밥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데 뭐가 문제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저 녀석은 자신의 아버지, 자유로운 영혼 영남을 닮은 게 틀림없다. 꼴 보기 싫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어라, 근데... 이 녀석이 이렇게 스타,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이 되어 버렸네. 아, 망했다. 내 생각이 틀렸나 보다. 시대가 바뀐 걸 모르고 난 내가 살아왔던 방식만을 고집했다. 이를 어쩌지. 아, 아무리 그래도 네가 내 맘을 알아줘야지. 서운하다. 내 맘을 알아주지 않는 아들이.

딸과 함께 보며 물어보고 싶었다. 엄마는 어떤 유형이야? 근데 딸이 함께 드라마를 보고 앉아 있을 여유가 없다. 21세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바빠서. 아쉽지만 어쩌겠나. 본인의 삶과 딸의 삶은 분명 다른 것을. 그래, 그렇게 도면 설계하다 지우고 다시 그리고, 건물 세우다가 도면대로 되지 않는 공사 현장에서 좌절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면서, 인부들과 막걸리도 한 잔 하고 때로는 고성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렴. 바라기는 네가 만든 세상에 치열하게 땀 흘리는 바쁜 일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한 호흡 고르면서 쉬어갈 수 있는 공원도 만들었으면 좋겠구나. 

딸은 종종 이렇게 우리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뒷모습만큼 정직한 사진이 없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부모 역할이 처음이었기에 서툰 점이 많았다고, 본의 아니게 상처 주는 일도 많았을 거라고 언젠가 딸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그떄 딸이 한 말, 나도 딸 역할이 첨이라 엄마도 쉽진 않았을거야. 그래도 난 엄마랑 나, 꽤 괜찮은 파트너였다고 생각해. 서로에게 적당한 긴장감과 시너지 효과를 함께 가져다 주기도 하고. 엄마와 딸, 때로는 동지이고 친구이며 스승과 제자, 멘토와 멘티로서의 길을 표방하지만 쉽진 않은 관계. 이 삶이 다하도록 끝나지 않을 관계 안에서 과연 나는 어떤 길을 걸었나. 걷고 있나. 걸어야 하나.

 

드라마 한 편으로 다시 돌아보는 부모의 역할. 정답은 없다. 세상 모든 부모가 처음부터 아빠 엄마였던 것은 아니니까. 좌충우돌 속에서 하나 둘씩 배우고 익혀나간 엄마의 역할,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아니, 다시 할 생각 말고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더욱 엄마의 역할에 충실해야겠다. 난, 내 아이의 하나밖에 없는 엄마니까!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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