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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슬로바키아

데빈 성 (DEVIN CASTLE, DEVIN HRAD)

by 빠니미영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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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빈 성에 관한 설명이 되어 있는 책자다. 방문 전에 성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찾다보니 대부분 사진과 풍경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물론 나쁘지 않다. 꼭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약간의 노력을 더해 좀 더 자세히 알고 보는 것과 그냥 쓰윽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리 긴 글이 아니니 읽어 보면 좋을듯 싶다. 개인적인 바람은 이런 곳에도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가 있었으면 한다. 

 

브라티슬라바에서 북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는 곳의 말레 카르파티 (Male Karpaty) 산 남쪽, 서쪽의 모라바 강과 남쪽의 다뉴브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212m의 바위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 중 하나인 데빈 성은 고대 무역로인 남북을 잇는 앰버 로드 (Amber Road 호박의 길) 와 동서를 잇는 다뉴브 로드 (Danube Road) 의 중요한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엠버 로드는 보석의 하나인 호박의 교역을 위해 수세기 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길이자 북유럽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길, 특히 로마 제국시대에는 프로이센의 발트해 연안에서 보이족 (켈트인의 부족 중 하나를 가리키며 현재 보헤미아 지방은 보이족이 거주했던 곳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을 거쳐 아드리아 해의 선단에 도착하는 남쪽으로 향하는 주요 통로로 사용된 길을 말한다. 이러한 데빈 성의 완벽한 전략적 위치와 자연적 조건은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이 모여 이곳에 정착하려는 이유와 목적이 되었고, 이후 켈트족 정착기, 로마시대, 모라비아 대제국 시대에 걸쳐 중요한 군사적 요새뿐만 아니라 문화적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과거 중요한 무역로와 국경으로 사용된 강 유역에 위치한 데빈 성은 중부 유럽에서 한 지역에서 여러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적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데빈 성의 문서적인 기록은 Fulda의 연대기 (Frankish chronicles)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동프랑크족의 통치자인 루이 (Louis) 가 864 최초 기록은 도위나 (Dowina) 라고 풀다 (Fulda) 수도원에 속한 문서에서 언급되면서부터이다. 도위나는 데빈의 고대 이름이며 그 기원은 소녀를 뜻하는 슬라브 언어 데바 (Deva) 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성에는 수호성인인 성 끼릴 (St. Cyril) 과 성 메토디우스 (St. Methodius) 가 머물기도 하였는데 두 성인은 863년, 이곳에서 그들이 창안한 알파벳으로 성경을 슬라브 언어로 번역을 했고 모라비아 왕국에서 사용되었던 슬라브족의 민법전을 서술하기도 했다. 모라비아 대제국 시대에는 행정,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했으며 프랑크 왕족의 영토확장에 대항하기 위한 중요한 요새이기도 했다. 모라비아 제국이 무너진 후 성의 소유자는 자주 바뀌었고 15세기에 이르러서는 Garay 가문에 예속되었고 이후 성곽 안에 새로운 궁전을 짓고 르네상스 스타일로 변화를 꾀하는 등의 변화를 겪었다. 마지막 소유는 Palffy 가문이었으며 18세기부터는 더 이상 거주지로 사용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가 먼저 시작한 제5차 대프랑스 동맹 전쟁 (1805년 전쟁과 구분하기 위해 제2차 오스트리아 전쟁이라고도 함) 때 나폴레옹이 프레스버그 (브라티슬라바의 합스부르크 왕조 신성 로마 제국 시절 이름) 에서 공성전을 치른 이후 후퇴를 하면서 데빈 성이 이후 군사적인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1809년에 파괴를 했다고 한다. 19세기 전반기에 들어서면 데빈 성은 국가 각성의 상징이 되어 그 명성을 되찾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시작된 데빈 성 재건축 프로젝트에 따라 요즘 방문객은 로마 건축물, 바스리 (Bathory) 와 가라이 (Garay) 궁전의 잔해를 볼 수 있다. 또한 고딕 양식의 탑 궁전은 요새화 된 벽에 둘러싸인 성 전체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자랑한다. 다뉴브 강 너머에 있는 오스트리아까지 보이는 훌륭한 전망 또한 데빈 성의 자랑이다. 30년 전, 동서 냉전 시대였던 1989년 이전에는 삼엄한 경계를 위한 감시탑이 있었고 주변은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통제 구역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시선을 강 쪽으로 낮추면 데빈 성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상징적인 버진 타워 (Virgin Tower) 가 눈에 들어온다. 이 타워는 본 성과 떨어져 있는 감시용 타워로 한 개의 고립된 바위 위에 위태롭게 세워져 있다. 르네상스 후반 양식을 보이는 작은 이 탑은 마가렛 공주를 숨겨 놓았다는 전설에 나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계단, 벽, 안뜰, 정원 등 파괴된 성 내부 시설의 일부는 세계 제2차 대전 직전 독일 나치에 의해 고고학적 프로젝트 일환으로 복원되기도 했다. 1965년 이래 고고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은 로마 타워 유적, 세라믹 파편, 선사시대 이전의 정착지가 발견되고 있다.  


중앙에 보이는 DEVIN HRAD가 데빈 성이다. 왼쪽에 보이는 DUNAI와 오른쪽에 보이는 MORAVA의 교착점에 위치함을 확인해 볼 수 있다.

 

4월부터 9월까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마지막 입장은 6시 30분. 입장료는 성인 5유로, 학생은 2.5유로. 나이가 많아도 학생증만 있으면 학생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다. 유럽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은 학생에 대해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반드시 챙기자. 학생증. 

 

성인 6명과 학생 1명을 한 장에 끊은 입장 티켓.

 

입구에서 티켓을 끊고 사브작거리며 올라오다 보면 당나귀도 보이고 양도 보인다. 오리와 닭도 보이고. 손 흔들며 아는 척을 하다가 모퉁이를 돌 무렵 보이는 동상 하나. 전설에 나오는 마가렛 공주다.   


내려오는 전설을 보면 데빈 성의 성주 미쿨라슈 (Mikulas) 는 이웃나라 카린시안 (Carinthian) 의 마가렛 (Margareth) 공주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집안에서는 미쿨라슈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미쿨라슈는 마가렛 공주를 몰래 데려와서 (지금으로 치면 납치) 성 안의 버진 타워에 그녀를 숨겨 두고 (감금이다) 결혼식 준비를 했다고 한다. 결혼식 직전 공주의 삼촌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공주를 구출하려 했지만 미쿨라슈는 그들을 물리쳤고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다. 하지만 결혼식 직후 공주의 삼촌이 다시 군대를 이끌고 재 침입하여 전투를 벌였고 마침내 삼촌에 의해 미쿨라슈는 살해되고 공주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자마자 바로 과부가 된 마가렛 공주. 전설은 전설일 뿐이겠지만 여자가 자신의 결정이 아닌 남자의 의지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게다가 포장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납치에 감금이라니.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협박과 어쩌면 폭행도 있지 않았을까. 만약 마가렛 공주가 자의에 의해 마쿨라슈와 결혼을 했더라면 전쟁이 날 이유는 없었을 테니 이런 추측이 거의 맞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씁쓰레함이 남는 이야기다.

버진 타워가 사진 중앙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보인다.

 

해석해 보겠다고 나름 애는 썼지만 결국 손 들었다. 영어 아니고 슬로바키아어이니 너무 무리 하지 마시길.

 

 

 

 

 

 

성의 마당에 있는 우물이다. Garay 가문이 만들었다고 하며 깊이가 55m에 달한다. 근처에 수돗가가 있고 작은 통이 준비되어 있는데 여행객의 목을 축이기 위함도 있으나 통에 물을 담아서 직접 우물에 넣은 후 물이 떨어지기까지의 시간을 알아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니 한 번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인은 직접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놀랬다. 핸드폰이나 선글라스 등을 조심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잔소리가 아님도 체험을 통해 느낀 사람이 많다고 하니 조심하자.

  

역사는 흐른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긴 세월 많은 것을 품어 온 저 강은 하염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데빈 성은 브라티슬라바에서 거리상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빡빡하게 방문하지 말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방문하라고 말하고 싶다. 특별히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과거 냉전 시대에 자유를 향해 몸부림 치던 많은 사람의 절박함을 느끼며 현재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과연 자유에 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갈 경우에는 UFO 다리 근처에 있는 MOST SNP 정류장에서 29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다음 사이트에 가면 자세한 시간표를 찾아볼 수 있다. 반드시 왕복 시간표를 확인하고 가자.

https://imhd.sk/ba/cestovny-poriadok/rote-line/29

 

사실 이 글은 남편이 본부 발령을 받고 나서 한국에 들어 오기 전에 썼던 글이다. 1년이나 지난 글을 이제야 공개하는 이유는 좀 더 보완을 하고 나서 올리려 했기 때문인데 막상 한국에 들어오고 나니 이런저런 일들로 한동안 블로그를 쉬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1년 전에 썼던 글이지만 다시 확인해 보니 굳이 수정 보완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여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올리기로 결정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어렵지만 혹시 유럽에 거주하고 있다면, 특히나 슬로바키아에 인접한 곳에 있다면 역사의 현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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