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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오스트리아

멜크 수도원 (Melk Abbey)

by 빠니미영 202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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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든 본격적인 관람 전에 서점 (기념품 가게) 을 먼저 들린다. 거기에 있는 안내 책자를 구입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사전 조사를통해 자료를 준비해서 가지만 더 보충할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며 꼼꼼하게 관람하기 위해서 이다. 보통은 영어, 불어, 한국어 (있는 경우) 를 구입해서 미묘하게 다른 번역도 확인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멜크 수도원이 위치한 마을의 항공 사진으로 만든 홍보용 엽서. 멜크의 분위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다르다. 나름의 감칠맛이 있으니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엽서 뒷면. 여행을 가기 전에 사이트 방문은 필수!

 

오스트리아 - 멜크 수도원 (Melk Abbey)

지금부터 조금씩 물들기 시작해 10월 말 11월 초쯤 되면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알록달록 참 어여쁠 오스트리아 바하우 계곡. 유명한 와인 산지인 이곳은 포도나무가 많은 덕분에 유럽이지만 제법 가을의 운치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멜크 수도원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혹시 가을에 자동차를 이용하여 가게 된다면 가급적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이용해서 다녀올 것을 강력 추천한다. 고속도로, 국도를 모두 이용해서 여러 번 다녀온 경험자이니 한 번 믿어 보자! 물론 국도는 고속도로에 비해 시간은 더 걸리지만 도나우 강변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곳을 천천히 달리며 작은 마을도 구경하고 계속 구석에 숨겨진 오래된 성채에 발걸음을 하다 보면 이방인이라는 생각은 잠시 잊게 된다. 어차피 과거의 그들에게 현재의 우리는 모두가 다 이방인일 테니 말이다.

이른 가을이라 아직 색이 많이 바뀌진 않은 상태.

 

북쪽 강변의 와인 마을 슈피츠를 지나 멜크에 가까워지면 남쪽 강변 절벽 중세의 요새 위에 쇤비엘 성이 보인다. 양파 모양의 청동 돔과 황토색의 성채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바하우 계곡 여행의 백미는 멜크에 있는 멜크 수도원이다. 예전에는 한국 사람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동양인은 주로 일본인이었는데 언젠가부터 한국 단체 여행객이 오기 시작했다. 특히 종교가 가톨릭 인 분들은 여러 이유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참고로 실내 사진 촬영이 그때 상황에 따라 허가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니 촬영을 할 사람은 티켓을 구입하면서 꼭 문의하고 만약 촬영이 가능하다고 해도 플래시 사용은 금지이니 이 점 꼭 기억하자. 서고의 경우엔 사진 촬영을 하는 경우라도 예외였다. 몰래 촬영하다가 걸려서  창피를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하나 더, 안내 책자가 잘 되어 있다. 한국어로 된 것도 있으니 이왕이면 관람을 시작하기 전에 관람 마지막 부분에 있는 서점 (기념품점) 에 가서 안내 책자를 먼저 구입한 후 참고하면서 다니면 더욱 알찬 관람을 할 수 있다. 수도원 뒤편에 있는 정원도 매우 아름답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수도원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도 좋다. 제법 맛이 괜찮다. 특히 후식이 아주!)

 

티켓을 구입하면서 카메라 촬영 여부를 반드시 문의하자.

 

멜크 수도원이 자리한 곳은 오스트리아 바카우 (Wachau) 지방 끝자리이다. 바카우 지방은 괴트바익 수도원이 자리한 크렘스 지역에서 멜크 지역까지 도나우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35여 km 길이의 계곡 마을을 일컫는다.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로마 시대에는 경비병이 있었고 그 이후 게르만족의 이동 이후에 슬라브족 농민들이 엔스 (Enns) 아래 위치한 지역으로 이주해 오면서 거주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에 이 지역 전체가 세계 자연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의 추리 소설 ‘장미의 이름 (The Name of Rose)’ 의 무대이기도 한 멜크 수도원은 로마 시대 요새로 출발하여 11세기 합스부르크 이전의 바벤베르크 왕가의 레오폴드 2세 때부터 베네딕트 수도원으로 사용하였으며 자치권도 인정받았다. 멜크 수도원이 유명한 이유는 오랜 역사와 함께 18세기에 재건된 바로크 건축물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조마조마하며 그 흐름을 따라 갔던 '장미의 이름으로'

 

바로크 양식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제대를 비롯해 대성당 성물들은 화려하기 그지 없는 순금 옷을 입고 있다. 2층으로 지어진 도서관, 수도원, 박물관 역시 화려함과 우아함,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도서관은 수도자들이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난방에 힘을 쓸 만큼 귀하게 보존해 온 공간이라고 한다.

정문을 거쳐 동쪽 정면을 보고 주교의 거처가 있는 마당을 지나 황제의 계단과 황제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역사의 한 장면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박물관 제1실 ‘들어라 (Hoere)’ 라는 주제로 꾸며진 말씀의 방을 시작으로 인간이 하느님을 떠났을 때의 모습과 다시 찾아올 때의 모습 등을 묵상할 수 있는 11개 전시실이 있다. 

순서대로 관람하다 서고에 이르러서는 호흡이 절로 잦아들게 된다. 약 100,000권의 책과 9세기부터 15세기까지의 필사본 1200개, 17세기와 18세기 필사본 600개 그리고 750개의 초기 간행본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성당은 또 어떠한가. 바로크 시대의 화려함은 로코코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천장화와 부제단, 중앙 제단과 돔 내부, 신자들의 제단, 오르간 등을 둘러보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예술품과 그것을 만든 이들의 땀, 피눈물……  신앙이 개인을 어디까지 몰아칠 수 있는지, 믿음이 개인에게 어디까지 힘을 낼 수 있게 하는지.

900년 넘는 시간 동안 멜크 수도원은 로마 카톨릭의 본거지였으며 때로는 종교개혁에 대항하는 요새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도자들이 생활하고 있고,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인근 지역의 교육과 인재 양성 요람으로 자리매김 한 수도원 김나지움에는 현재 약 9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라고 한다.  

 

보통 단체 관람객은 멜크 수도원을 단 몇 시간만 휘리릭 둘러 보고 자리를 뜨곤 한다. 하지만 조그만 더 시간을 투자해서 뒷편에 유치한 정원도 둘러 보자. 옆으로는 도나우가 흐르고 아름드리 우거진 나무에서는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정원 구석구석에 있는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는 것도 재미난 추억이 될 것이다. 

 

보통은 수도원만 휘리릭 둘러보고 얼른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지만 멜크 수도원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정원 아니 공원이라고 해야 하나 숲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곳까지 뚜벅뚜벅 걸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한 순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바쁨을 내려놓고 잠시 시간을 멈추어 보자.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멜크 수도원을 가면 늘 하루 꼬박을 할애 해야만 했다. 하염없이 이어진 길을 걸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좋아서.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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