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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음악을 통해 듣는 세상

'격' 있는 음악이란 과연 무엇일까?

by 빠니미영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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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전국을 들끓게 했다. 아니 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TV를 잘 보지 않는 본인이지만 부모님을 비롯 그 연배 어르신들의 말씀을 잠시만 듣고 있어도 그들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아직 조금도 식지 않았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는 비단 어르신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닌 듯 싶다. 코로나로 인해 갑갑한 일상을 보내던 많은 이들은 성별과 나이의 경계를 넘어 국민 손자라 불리던 한 소년에게 열광했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지닌 그와 더불어 7명의 재능 있는 가수들의 행진은 현재까지도 거침이 없다. 그 전에는 미스 트롯이 먼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이라면 자투리 시간을 내어서라도 기꺼이 온몸과 마음을 던져 함께하는 남편 덕분에 어깨너머 미스 트롯을 몇 번 시청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리 편안한 마음은 아니었다. 노래하는데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도 사라진 무슨 미인 대회 비슷한 차림을 한 참가자들이 그리 고운 눈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그들의 시간을 지켜볼수록 겉모양이 아닌 그 진한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참고로 본인은 트롯은커녕 가요도 잘 듣지 않고 오직 음악이라고는 동, 서양 클래식만을 접하며 자라왔다. 아, 어렸을 적에는 동요와 함께. 오죽하면 사춘기에 다들 한 번씩은 빠진다는 팝송조차 길거리에서 자연스레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제외하고는 굳이 알려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음악에 관해서는 무식한 편식자였던 것이다. 이런 본인과는 반대로 남편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음악은 그 어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겹게 즐기고 누리는, 대식가이자 잡식가의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연애 시절부터 낯선 장르의 음악을 일상 속에서 수시로 접하게 되었다. 더불어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편협한 엄마의 취향을 벗어나 본인의 장르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모습을 보며 본인 역시 점점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남편과 아이로부터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트롯의 구수함과 진득함에 빠진 남편 덕분에 슬금슬금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이러면서 점점 드는 생각이 과연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 일까, 대중의 선택을 받는 힘이 있는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품격이 있는 음악은 과연 정통 클래식만 지칭하는 것일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하면서 온몸으로 흥을 낼 수 있는 음악은 품격을 지닐 수 없는 것일까. 이 글을 음악 관련 전문가들이 읽는다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거 같다. 어쩌면 본인이 하는 이 생각은 너무나도 기초적인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고대의 벽화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우리는 그 옛날부터 음악과 함께 해 왔다. 이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아마도 영원히 지속되지 싶다. 사회가 구성되며 자연스레 생겨난 지배자가 음악을 정치 속에 적절히 버무려 넣고 이용하는 경우도 생겼고 하루의 삶이 고단한 일반인들이 음악으로 스스로를 달래는 경우도 생겼다. 시대의 변함에 따라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모습이 형상은 변해도 본질은 유지되는 것처럼 음악 역시 흐름에 따라 변화는 있되 그 본질은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음악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그 격을 논한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부끄럽게도 본인은 정통 클래식만이 품격이 있다고 믿고 행동했던 시간이 있었다. 아주 조금 편협한 시각 속에서 벗어난 현재도 여전히 미스, 미스터 트롯보다는 팬텀 싱어 시리즈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편안함이 격과 연결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편안함은 그저 익숙함에서 오는 것 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고 예민한 독자는 이미 짐작을 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본인은 모든 음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고유의 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격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것은 음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대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길거리를 떠돌며 동냥을 하며 부르던 각설이 타령, 화려한 인테리어 속에 향기 나는 차를 들며 우아한 모습으로 나누던 살롱 음악, 정신없이 머리를 돌리며 샛된 소리를 지르는 헤비 메탈에 이르기까지 비록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만의 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놀이터를 지나다가 우연히 귀에 꽂힌, 유치원을 갓 들어갔을 거 같은 어린아이가 자기 엄마는 미스터 트롯은 안 보고 품격 (요즘 어린아이들의 어휘는 참 놀랍기만 하다. 어쩌면 단순히 어른들의 말을 흉내 낸 것에 지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있는 팬텀 싱어만 본다는 말에 피식 웃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 아이는 자기는 벌써 바이올린을 배운다고 대답하며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트롯이 그렇게나 멋질지는 이 아줌마도 미처 몰랐단다. 그리고 엄마가 즐겨 보시는 팬텀 싱어 형아들도 오페라 아리아만 부른 게 아니란다. 부디 아줌마처럼 편식하다 나중에서야 별천지를 발견하지 말고 미리미리 이것저것 다 먹고 주물러 보려무나.  

 

 

이 모습만 보고 첨엔 오해를 했더랬다. 이건 뭐지? 하며. 이만큼이나 살았는데도 아직까지도 참 서툴고 부족하다.

 

 

 

미스, 미스터 트롯의 곡들도 참 좋지만 역시나 팬텀 싱어에 나온 곡들이 익숙해서 그런지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건 사실이다.

 

 

 

이상 미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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